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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6(목) 16:04
'간첩으로 내몰려 허위자백' 80대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

12년3개월 복역 뒤 재심서 무죄 확정
광주고법 "국가기관 불법 정도 중하다"
1심 보다 국가 손해배상 범위 확장

남도투데이 namdo2030@naver.com
2018년 07월 10일(화) 16:23
항소심 법원이 48년 전 간첩으로 내몰려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받다 결국 허위자백, 유죄판결과 함께 12년을 복역한 80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1심이 인정한 손해 배상금 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박병칠)는 A(여·88)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국가는 A 씨에게 1심 판결 금액에 3억 원을 더해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 씨는 1970년 8월31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체류기간 만료와 함께 1977년 9월9일 귀국했다. A 씨는 귀국 당일 김포공항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없이 연행된 뒤 같은 해 10월15일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될 때 까지 37일 동안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검사는 A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반공법 위반·일반이적죄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A 씨는 일본에서 취업을 미끼로 자신을 포섭하려는 북괴공작원을 만나 북괴선전영화를 관람하고, 북괴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교양을 받는가 하면 입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과 금품을 제공받고 귀일, 잠복함과 동시에 그 구성원과 회합한 혐의 등도 받았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78년 4월7일 A 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1978년 7월 서울고등법원은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상고했지만 1978년 10월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A 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이북에 가지 않고 도망쳐 나왔다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이북에 갔다고 말하라 하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4일 동안 우유만 먹었다. 몸도 지치고 죽어도 지하실에 가서 몸이 상하는 것이 싫었다. 결국 이북에 갔다고 허위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귀국하자마자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무척 당황했으며, 북한에 간일도 없는데 갔다고 다그쳐 공포심에서 허위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32년 만인 2010년 10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2012년 5월 법원은 재심개시 결정을 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 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 2016년 6월9일 무죄가 확정됐다.
A 씨의 검찰 및 1심 법정에서의 자백은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이었다. A 씨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간첩으로 몰아가기 시작하면서 부인하면 각목으로 엉덩이를 때려서 멍이 들기도 했다. 하룻밤 잠을 재우지 않고 조사를 하면서 자로 손등을 때리고,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 비틀고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고 앉게 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하실에서 고문받고 불구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거짓말을 하고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거짓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 씨는 국가를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1심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A 씨가 입은 손해를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는 A 씨에게 1억22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에 A 씨와 국가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는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구금된 상태로 가혹행위를 당하고, 이 같은 상태로 이뤄진 허위 자백을 기초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출소하기까지 약 12년 3개월 동안 구금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출소 이후 4년 동안 보안관찰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관의 수사과정상 불법행위로 인해 구금 당시뿐만 아니라 석방 이후에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이 같은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 불법의 정도가 중하다"며 1심 보다 손해배상 금액의 범위를 확장했다.
/광주=배유진기자
남도투데이 namdo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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