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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5(목) 15:58
아동학대·생계비 유용…양육시설 비리 왜 반복되나

광주 YWCA 운영 양육시설, 2005년부터 잇단 물의
견제기구 제 역할 못해 행정기관도 관리·감독 소홀
수익사업 운영위원장이 맡아 견제역할 공정성 논란
"모든 문제점 밝혀 아동 보호·자립 위한 대책 마련을"

남도투데이 namdo2030@naver.com
2018년 10월 21일(일) 13:39
광주 YWCA가 운영하는 모 아동양육시설에서 학대 행위와 보조금 유용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비리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YWCA 사회복지법인과 해당 시설, 행정기관의 미흡한 관리·감독 체계와 책임 회피성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학대 반복·생계비 유용' 인권에 눈감은 양육시설
21일 광주 동구와 YWCA 등에 따르면, YWCA 산하 사회복지법인 내 모 아동양육시설 원장 등 9명은 청소년·아동을 학대하거나 이를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시설 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청소년들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거나 입원시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장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정신병원 입원, 강제 퇴소 등을 명목으로 아동·청소년들에게 인권 침해성 발언과 폭언을 수차례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시설 생활 규정에 '일시 귀가 조처'를 징계 방법으로 명시해 놓고 학교에 가지 않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동에 대해 동의 없이 원 가정으로 일정 기간 돌려보내는 등 위협을 주며 통제하는 방식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시설 생활지도원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아들을 숟가락 등으로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구도 지난 17일부터 시설에서 특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는 오는 23일까지 시설 운영 민주·투명성, 보조금 집행 원칙·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행정 처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 시설은 지난 2013년 동구 감사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동생계비 일부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속여 빼돌린 뒤 지인의 통장에 재입금, 보조금 8415만 원을 후원금으로 둔갑시켜 법인전입금으로 유용한 정황이 적발됐다.
또 지난 2005년부터 2년여 간 사무국장·생활지도원들이 아동들에 대한 신체·정서적 학대 행위를 반복,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시설장·직원이 대거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은 바 있다.
◇ 허울뿐인 견제 기구
이 시설은 사회복지사업법 등에 따른 여러 견제·보완·감독 기구를 갖추고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YWCA 사회복지법인, 시설 상임·운영위원회 등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직원·아동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안을 심의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법인·시설 전현직 종사·거주자들은 "허울뿐인 견제 기구"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7년 9월28일 위원 11명으로 꾸려진 운영위원회는 분기별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시설 종사·거주자의 인권 보호·권익 증진과 생활 환경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할 지자체인 동구 공무원은 운영위 발족 이래 1년 가량만 회의에 참석했고, 아동·직원 또한 초기 몇 차례만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에는 이들 모두 위원으로 규정하고 있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운영위원회가 후원회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시설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위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도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 달에 1차례 시설 운영 현황 보고를 받고 있는데 회의를 생략하고 식사 자리만 갖는다거나 부적절한 행위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 사실상 친목 단체와 같다"는 게 일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YWCA 회원들이 산하 기관 수 십 여곳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데, 주로 친분 관계에 따른 인선이 많아 적격자 검증 또한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YWCA 사회복지법인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엔 YWCA 사내이사 30명 중 5명과 사외이사 2명이 소속돼 있다.
이 중 일부는 시설 원장과의 학연·친분 등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비리 발생 시 보고 누락, 내부 고발자 색출 등으로 책무를 저버린 행위를 반복했다고 시설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 책임 회피 왜…이권 개입 의혹도
실제 법인 측은 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19일 원장 중징계와 대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9월10일에서야 YWCA 이사회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인권위가 지난 2월부터 조사를 했고 7월 중순께 YWCA에 인권 침해 결정문을 보냈지만 YWCA에서 운영하는 다른 보육·부속시설 관계자들은 두 달가량 전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YWCA 이사회는 징계 절차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YWCA 이사들 간 파벌과 전문성 부족, 책임 회피성 대처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YWCA 이사의 자질·전문성을 검증하는 체계가 미흡하고, 친분이 있는 이들을 이사로 끌어들여 인기 투표식 선임 절차를 밟거나 인사권을 빌미로 직원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파벌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출세·명예를 위해 이사직을 맡으려는 행태, 재신임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각종 문제 은폐 행위, 시설장에게 권한을 모두 위임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투명하고 민주적인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설 예산 집행 내역을 매 달 사무총장 결재 뒤 이사회에 보고하는데, 면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보조금 유용과 마구잡이식 집행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에는 YWCA 수익 사업에 시설 운영위원장이 개입하면서 '적절·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YWCA는 지난해부터 전남 모 지역 법인 소유 땅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으나 이사·시설 관계자들간 각종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설 운영위원장이 땅을 임차해 사업권을 따냈고, 지난달 21일 지자체로부터 태양광발전사업을 승인받았다. 당시 시설 원장은 법인 간사였다.
운영위원장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운영에 들어갈 경우 20년간 수익금(연간 7500만 원)을 YWCA 법인 측에 주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원장이 이권에 개입돼 시설 관리·감독에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설에 14년째 거주한 A(19·여)씨는 "운영·상임위원회는 형식적인 점검만 했다. 문제를 제기해도 돌아오는 건 훈육·통제를 강화하는 방식뿐이었다.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을 도우려는 실질적 노력은 없었다. 2차 피해를 예방하려면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운영위원장은 "전직 원장 시절 아이들 복지를 위해 수익 증대 사업을 제안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15년간 시설을 후원해온 사람으로서 이익을 보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태양광 임대료를 과하게 주더라도 법인 복지에 도움을 주려고 참여했다. 위원회도 시설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애써왔다. 공정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WCA 사무총장도 "태양광 발전 사업의 경우 법적 자문과 공정한 입찰·의결 과정을 거쳤고, 이권과는 무관하다"며 "시설 견제기구와 법인도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 학대 사건과 관련해 드러나는 문제점과 지적사항을 철저하게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 시설 운영 '총제적 난국'…행정기관도 묵인
시설 또한 '안정되게 양육될 경제·정서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아동들을 보호한다. 이들의 수준·적성에 맞는 자립 교육을 진행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처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대 행위가 발생했을 때 보고를 누락하고, 아동 심리 치료·직원 교육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부당한 인권침해를 제보하는 시설에 설치된 '인권함'은 과거부터 원장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학대 예방과 투명한 보조금 집행을 위한 체계가 없다"는 게 시설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폐쇄적인 문화로 막대한 권한을 가진 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견제할 수도 없고, 제 식구 감싸기식 대응으로 비리가 은폐된다는 것이다.
시설에 연간 22억여 원의 보조금(국시비)을 지원하고 있는 동구도 허술한 감사와 관리 소홀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설이 '보조금 환수 조치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패소한 동구는 보조금 유용을 뒷받침할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대응 지적을 받았다.
인권 침해 신고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사회적 관심사로 주목받을 때만 특별 감사를 진행한 점, 운영위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책무를 저버린 점, 과거 직원들의 감사 요청 사항(원장의 부적절한 후원금 사용 등)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감독에 소홀했다는 설명이다.
시설 전현직 종사·거주자들은 "시설 운영 기관과 행정기관 모두 시설 아동·직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 견제 기구가 제기능을 했다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동 인권 보호, 학대 예방, 투명한 재정, 종사자 전문성 증대 등을 위해 모든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 관계자는 "그동안 관리·감독에 소홀했다. 개선책을 내놓겠다"며 "이번 감사에서 법인 이사회 회의록을 살피는 등 구조적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고 시설과 원장에게 수차례 전화·문자를 했지만 원장은 회신하지 않았다. 한편 이 시설은 신체·정신·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부모가 없는 아동(0~18세 여자 아동)의 자립을 돕기 위해 1952년 7월 설립됐다. /광주=이형진기자
남도투데이 namdo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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